의로움과 영리함 (로마서 8.31)

순교가 무엇일까요? 희생과 봉사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자, 순교자 모드로 만드는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움직일 힘도 없는데, 자녀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겨우 몸을 일으켜 (당연히) 밥을 차려 주시는 어머니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어머니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 사랑이 그 자녀를 의존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의문을 제기해 봅니다. 자녀에게 물었습니다. 그럴 때 어떤 마음이 들었니? 고마운 마음과 또 다른 마음들이 있었다 이야기합니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해 주셨을 때에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아닌 내 동생들에게 해 주셨을 때에는 화가 났고, 어머니가 불쌍하게 보였답니다. 그 자녀의 마음이 바로 양가적 마음이었습니다. 하나의 단적인 예로 이야기했지만, 대부분 애증이라 표현하는 어떤 대상에게 느끼는 두 개의 정반대 감정입니다. 다만 그 정반대의 감정이 하나의 사건에서 표출되지는 않기에 자신이 양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것이 애증의 관계이며, 양가적인 감정의 대표적인 모습이지만, 논리적으로 모순이고,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논리와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양가적 감정을 지닐 수도 있다. 그것은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며, 내 마음 안에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메시지이다.’

적어도 이 자녀는 어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이끌려 의존적이고 말 잘 듣는, 어머니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살아야 하는 자녀가 아닌, 적절한 경계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양육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유의지”는 우리를 구속시키지 않고, 당신의 더 큰 선으로 인도하시기 위한 선물입니다. 이 의지는 하느님을 따라 우리를 의로운 사람으로 이끄십니다. 의로움에 대한 묵상입니다. 의로움은 단순히 내가 맞고, 옳다는 생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로움입니다. 의로움은 지혜로움이며, 그 지혜는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의로움은 반대, 영리함에 대해서 보면 명확해집니다. 영리한 사람은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잘 압니다. 누구에게 의존해야 하는지, 또는 이 자리에서 누가 힘이 센지, 그 힘을 쫓게 만들며, 세상은 그 힘의 원천인 자존심과 물질(돈)만을 추구하는 것이 영리한 것이라 가르치지만 결국은 구속되어 버립니다. 우리를 구속시키는 것은 악마의 방법입니다. 어디에 가두어 두는 것,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 더 나아가서 그것을 빌미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악은 나 자신만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의존적으로 만듭니다. 자신의 욕심을 따르게 만들고,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구속시키고, 더 나아가서 집착하게 만들고), 안주하게 만들고, 지켜야 할 것이 더 많게 만들고, 무거운 십자가는 그냥 내려 놓게 만듭니다. 어쩜 이것이 영리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스스로 느끼게 만듭니다. 영리한 이들에게 의로운 이들은 어리석게 보이지만, 그들은 지혜로운 자들입니다. 지혜는 영원을 아는 것입니다. 밭에 묻혀 있는 보물을 아는 것, 진주 목걸이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처럼, 순교자들은 바로 지혜로운 자들이었습니다. 순교는 이 의로움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두려워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원에 방해가 되는 것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 (루카 9.24) 세상의 논리는 영리함이 아닌 영악?이 아닐까요?

자녀를 의존적이며, 때로는 영악한, 자신의 중심성이 큰, 양가적 감정을 지닌 자녀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방법은 우리 자녀가 “자신의 십자가를 자신이 짊어지게 도와주는 것” 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신 것 처럼, (로마서 8.31) 마음으로 품어주는 것입니다.